
PENCILCASE
혈의 향기가 풍겼다. 아이의 발 아래에 찰박하게 고인 액체에서 풍겨오는 냄새였다. 붉은 액체로 물든 남아가 비실 미소를 짓는다. 그의 후드는 붉다. 원래부터 붉었는지, 아니면 액체에 젖어 붉게 변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확실 한 것은 저 아이가 혈의 향기를 만들어낸 주인공이라는 것. 피냄새의 주인공은 자리에 가만히 서있다. 아이가 숨을 내쉴때마다 붉은 향기가 휘저어지는 광경이 연출되었다. 그 광경을 쵸로마츠는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며 벽 뒤에서 보고만 있을 뿐이다.
한 시간이 넘었다. 아이는 그 자리에 서있고 쵸로마츠도 여전히 아이를 보고있다. 피의 향기는 천천히, 진득하게 주위를 꼼꼼하게 메꾸어나간다. 턱 끝까지 다가온 피의 향기에 쵸로마츠가 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제 앞에 서있는 인간은 자신을 눈치채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러니 일부러 자신의 몸에 상처를 새겨 나를 홀려내는 거겠지. 혹 뱀파이어 사냥꾼이 주변에 있다면 저 아이는 필시 함정일 것이다. 하지만 저 아이를 무시하고 가기에는... 피의 향기가 너무나도 달콤하다. 목 끝으로 치며오르는 식욕에 쵸로마츠는 바싹 마른 입술을 혀로 훑어 적셨다. 아무런 상처도 없는 새하얀 아이의 목을 쥐어뜯고 그 안에서 터져나오는 핏방울을 자신의 입술로 훑고싶은 욕망이 가득 차오른다. 금방이라도 아이에게로 달려나갈듯한 몸을 제어하며 쵸로마츠는 숨을 내쉬었다. 참아야한다. 참아야해.
"......"
"...아."
아이가 뒤를 돌았다. 찰박, 하는 소리와 피 웅덩이에 작은 동심원이 퍼져나간다. 그와 함께 붉은 향기가 훅 끼쳐오르며 붉은 장미모양을 만드는 것을 쵸로마츠는 보았다. 크게 떠진 동공에 아이의 웃음이 담긴다. 입꼬리를 올려 저를 보는 아이. 아. 깨달았다. 아이는 자신이 이 곳에 있는 것을 옛적부터 알고있옸다. 저 미소는 그렇게 밖에 해석되지 않았다. 쵸로마츠는 참고있던 숨을 내뱉었다. 다시 숨을 들이키면, 미세한 가루의 혈이 폐 안 깊숙히 자리잡으며 달달 끓고있던 피에 대한 열망에 불을 지핀다. 주위를 살폈다. 공기는 아이 주변에서만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다. 다른 이는 없다. 아이의 미소에 화답하듯, 쵸로마츠가 입꼬리를 올린다. 네가 뭘 원하는지 잘 알았어.
발걸음을 옮긴다. 그가 발걸음을 옮기면 장미 꽃잎이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장미의 꽃잎을 헤치고 헤쳐 중심부에 도달하면 아이가 저를 바라보고있다. 아이는 달큰한 향기를 풍기고 있다. 저가 다가가도 미소를 잃지 않는 그 아이가 쵸로마츠는 좋았다. 항상 도망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이 아이는 자신과 마주보고있다. 그것이 쵸로마츠의 식욕을 자극했다. 피가 도는 입술이 열리며 타인들보다 긴 송곳니가 드러났다. 하얀 목에 서있는 동맥이 그것을 느꼈는지 두려움으로 두근거리며 피를 빠르게 옮긴다.
아이는 눈을 감았다. 쵸로마츠는 아이의 어깨를 붙잡고 입을 천천히 가져다댔다. 혈의 향이 물씬 느껴져오며 심장의 두근거림이 거세진다. 휴. 작게 숨을 내뱉은 그가 콱, 아이의 목에 이를 박아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