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NCILCASE
비가 쏟아지는 밤이었다. 그 밤은 새벽하늘의 찬란함보다는 새벽의 감성이 돋보이는 그러한 우울하면서도 아련한 밤이었다. 그 날, 카라마츠는 자신의 사랑을 곱씹고 있었다.
아마 첫 사랑은 졸업식이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겠지.
발갛게 피어난 꽃들사이에서 너는 유난히도 밝았었다고 카라마츠는 회상했다. 그 붉은 꽃과 네 붉은 후드는 서로를 북돋아 더 발갛게, 붉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가쿠란을 벗고 후드로 막 갈아입었을때의 나이인 '카라마츠'는 그렇게 저 자신도 모른채로 그의 형님을 사랑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언제였을까, 조금 더 가까이 가고싶었던.. 보기에는 너무 갈증났던 그 때는.
"형님.
"요, 카라마츠~ 이 횽아 배고프시다~ 오뎅이나 먹으러 안갈래?"
오소마츠가 배가 고프다며 징징대었을 때 카라마츠는 왠지 모르게 알 수 없는 느낌 사이에서 미로찾기를 하고 있었다. 형님의 소리가 뭐든 더 듣고싶고 형님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싶었으며 제게 닿는 그 손길을 더 느끼고, 자신이 직접 그를 만지고. 결국에는 자신의 밑에서 울고있는 형님을 보고싶었다.
그리고 그 느낌을 그 한명의 카라마츠걸에게 상담받았을 때, 그녀는 그것을 사랑이라 정의해주었다. 그제서야 카라마츠는 이게 사랑이구나, 하며 씁쓸히 미소지었었다.
"아아, 형님. 이런 날에는 오뎅보다는 더 좋은것이 낫지 않겠는가?"
그 대답도 기억하고 있었다. 어떻게 내가 널 잊을 수 있겠어. 오소마츠. 평소의 카라마츠의 목소리보다 조금 낮은 목소리가 담배연기와 함께 흩어졌다.
"당연, 차남이 쏜다면 어디든지~"
그날 밤, 그제서야 카라마츠는 그 장남을 닮은 붉은 장미를 건네며 고백했다. 마지막 장미는 의미없이 기적이라는 꽃말을 가진 파란장미였다. 당황한 그 눈빛을 보며 자신은 희미하게 미소지었겠지. 그리고, 그리고..
"카라마츠, 혼자서 담배피는거임~? 이따이네!"
익숙한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온기가 옆에서 느껴졌다. 카라마츠가 연기를 머금는 것을 보며 키득이던 오소마츠가 입을 맞춰서 그 씁쓸한 연기를 가져갔다. 순간 붉어진 얼굴로 오소마츠를 보던 카라마츠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끄고 그 손목을 잡고 밝은 실내로 끌고 들어가는, 들뜬 공기와 서로의 사랑을 되짚어보는,
새벽의 감성보다는 사랑이 앞서는, 그 비가 쏟아지던 어느 날이었다.